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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영화, 국가부도의 날: 1997년 IMF 외환위기의 진실과 뼈아픈 경제적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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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의 비극을 마주하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 자산 시장과 유동성 위기를 대비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역사는 언제나 되풀이되기 때문입니다. 문화를 통해 경제를 배우는 문화경제 시리즈에서 오늘 나눌 작품은 한국 현대사에서 경제적 국치일이라 불리는 1997년 외환위기를 정면으로 다루며 큰 화제를 모았던 경제 스릴러 영화, ‘국가부도의 날’입니다.

포스터 4
  • 장르: 드라마, 경제 스릴러
  • 러닝타임: 114분
  • 출연진: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뱅상 카셀 등
  • 감독: 최국희
  • 수상 내역: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조우진) 수상 등

이 영화는 당시 역사 상 대한민국의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리던 1997년, 단 일주일 만에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하게 된 긴박한 상황을 실감 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화려한 캐스팅과 탄탄한 스토리 덕분에 개봉 당시 상당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감상 포인트: 세 갈래 시선으로 바라본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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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이 글을 적고 있는 제가 청년기를 보내고 있던 때였습니다. 신문과 뉴스에서는 연일 목숨을 포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고 한편에서는 나라를 살려야 한다며 금모으기 운동이 한창이었습니다. 정말이지 무섭고도 뜨거운 나날들이었습니다.

영화가 원래 긴박한 연출이 주를 이루지만 더욱 긴박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마도 제가 그 시절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국가부도의 날’은 경제 위기를 겪는 세 가지 부류의 인간 군상을 평행한 내러티브로 아주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결말을 스포일러할 순 없지만 이 작품의 세 가지 핵심 축을 말씀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축은 국가의 부도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과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판을 짜려는 재정국 차관의 치열한 밀실 두뇌 싸움입니다.

두 번째 축은 국가 붕괴의 조짐을 남들보다 빠르게 읽어내고 일생일대의 역베팅을 결심하는 젊은 금융맨 윤정학의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축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어닥친 경제 재난 앞에서 평화로운 일상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시민 가장 갑수의 시선입니다.

거시경제의 붕괴가 국가 최상층부터 길거리의 평범한 상인에게 이르기까지 어떻게 도미노처럼 연쇄적 영향력을 미치는지 시시각각 변하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이자, 여러분이 이 포스팅에서 경제학적 인사이트를 얻으실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경제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전국민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심지어 이제 갓 태어나는 아기부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까지 모두가 그 영향력 아래 놓인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위기 상황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국가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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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역시 다른 경제 관련 영화들처럼 흥미로운 비하인드가 몇 가지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IMF 사태 당시 비공개 정책팀이 실제로 은밀하게 운영되었다.”는 옛 신문 기사 한 줄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팩션 영화입니다. 작중 극을 이끌어가는 정의로운 여전사 한시현은 사실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입니다. 실제 1997년 당시 한국은행에는 과장급 이상의 여성 간부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한국은행 역사상 최초의 여성 임원이 탄생한 것은 외환위기 11년 후인 2008년이었습니다.

프랑스의 국민 배우 뱅상 카셀이 IMF 총재 역할로 깜짝 출연하게 된 비하인드도 극적입니다. 이 영화가 기획 단계에 있었을 당시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 때문에 할리우드의 여러 에이전시가 각본을 고사하면서, 유럽의 연기파 배우인 뱅상 카셀에게 대본이 전달되었고 이를 매우 흥미롭게 읽은 그가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고 합니다.

당시 한국의 경제 상황과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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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고 우리의 실생활 경제에 교훈을 얻으려면 1997년 당시 한국이 처해 있었던 진짜 경제 기초여건을 실증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취해 축배를 너무 일찍 터뜨린 상태였습니다. 거시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가격 지표인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고평가되어 있었고, 그 결과 1996년 한 해에만 무려 229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외환 유동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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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치명적인 문제는 대기업들의 방만한 대마불사식 차입 경영이었습니다. 당시 30대 대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518퍼센트를 초과했고, 일부 중견 대기업은 부채비율이 1000퍼센트를 넘나들었습니다. 자기자본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빚을 내어 몸집을 불리는 기형적인 경제 구조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시대였던 것입니다.

결국 1997년 1월 재계 14위의 대기업이었던 한보철강의 부도를 시작으로 삼미, 진로, 기아자동차가 줄줄이 고꾸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를 경험하지 못한 분이라면, 잠시 한 번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지금부터 단 몇 개월에 걸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줄도산을 맞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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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뉴스에선 매일 곡소리가 나고, 청년들은 더 이상 취업을 할 수 없고, 모든 기업에서 명예퇴직이 일상이 되고, 군대조차 전역을 기피하는 장기 복무 신청자가 줄을 잇습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제가 산 경험자이고요.

대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은행의 부실 채권이 폭증하자 대외 신인도는 당연히 곤두박질쳤고,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금을 회수해 탈출 러시가 연일 이어졌습니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을 인위적으로 사수하기 위해 가용한 외환보유액을 시장에 쏟아부었지만, 11월 중순 실질 가용 외환보유액이 39억 달러 수준까지 급감하면서 대한민국은 결국 12월 3일 IMF 구제금융이라는 치욕적인 처방전을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국가부도의 날’이 주는 경제 인사이트: 돈의 이면을 읽는 눈

국가부도의 날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자본주의의 잔혹한 질서와 돈의 흐름에 대한 본질적인 통찰력을 전달해주는 영화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교훈 삼을 수 있는 중요한 관점은 세 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첫째, 과도한 레버리지와 부채는 한순간에 생존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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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의 외환위기가 대기업의 과도한 레버리지(빚)와 만기 불일치에서 기인했다면, 오늘날의 위기는 1500조 원을 가뿐히 넘어선 개인 가계부채와 닮아 있습니다. 자산 시장의 상승기에 취해 무리하게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는 투자는 고금리 시대를 맞이하는 순간 처참한 독약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시장의 유동성이 마르고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때는 투자 자산의 겉모양을 불리기보다, 자산 포트폴리오의 재무건전성을 깐깐하게 다잡고 충분한 현금성 안전자산을 확보하는 방어적 재테크 태도가 필수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렛대 삼아 벌이는 투자는 하락 장세에서 단숨에 파멸로 달려가는 지름길입니다.

둘째, 대중의 맹목적인 낙관주의를 거부하고 늘 의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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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윤정학이, 남들이 파티를 즐길 때 역발상 투자로 거대한 부를 일구어낼 수 있었던 단 하나의 비결은 바로 합리적인 의심이었습니다. 정부와 언론은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까지도 “대한민국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니 아무 걱정 없다”는 장밋빛 발표만 일삼으며 위기를 숨기기에 바빴습니다. 대중들은 이 감언이설에 속아 방심하다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자산을 빼앗겼습니다.

여러분, 혹시 지금도 속고 있진 않은가요?

우리는 절대 언론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이나 정부의 낙관적인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됩니다.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 외환보유고의 추이, 수출 대기업들의 재무제표 상태 등 거시적인 경제 데이터를 스스로 꼼꼼히 대입해 읽어보고, 세상의 당연한 상식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주체적인 지성이 있어야만 나의 피 같은 자산을 시장의 하이에나들로부터 지켜낼 수 있습니다.

셋째, 위기 속 최후의 보루인 안전자산과 달러의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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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든 투기꾼들이 가장 먼저 손을 뻗은 자산은 바로 미국 달러화였습니다. 원화의 신뢰도가 땅으로 떨어지고 국가 부도 위기가 엄습할 때,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폭등합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표면적으로 전쟁이 없어 안전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란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전쟁 소식이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전쟁들의 이면을 뜯어보면 경제적인 이유 말고는 딱히 다른 이유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트럼프는 왜 갑자기 이란을 공격했을까요?

여러 의견들이 분분하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 달러의 가치와 위상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그래야만 유지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이 아주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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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실생활 자산을 운용할 때 오직 나 개인의 경제적 상황만 생각하는 아주 초보적인 습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오직 한 가지 원화 자산에만 맹목적으로 집중해 두는 리스크를 스스로 떠안고 살아갑니다. 심지어 온 몸으로 IMF를 겪은 기성세대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라도 자산의 일정 비율은 언제나 위기를 대비하여 헤징해두셔야 합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달러 기반 자산이나 안전자산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두면 어떤 경제 위기에서도 안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IMF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가 우리에게 또 닥쳐올까요?

사실 저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이 지금처럼 높아져 있을 때 추락도 대비하는 것이 진정한 경제적 자유를 위한 지혜일 것입니다.

‘국가부도의 날’, 필수 경제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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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부도 (Sovereign Default): 정부가 해외나 국내의 채권자들에게 빌린 채무의 원금이나 이자를 정해진 만기 시일까지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 상태
  • 환율방어 (Foreign Exchange Rate Defense): 자국 화폐의 가치가 급격히 폭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외환(달러)을 시장에 대규모로 매도하여 인위적으로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고정하려는 개입 조치
  • 약속어음 (Promissory Note): 발행인이 일정 시기에 일정 금액을 수취인에게 지급할 것을 약속한 신용 증서. 자금 유동성이 부족한 대기업들이 하청 중소기업에 대금 결제용으로 남발했다가 발행 기업이 파산하면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되는 약탈적 성격을 지님
  • 롤오버 (Roll-Over / 만기 연장): 금융 거래에서 대출이나 채권 등의 계약 만기가 도래했을 때,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만기일을 다음 기한으로 이월하여 연장하는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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