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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주의, 신케인즈주의, 포스트케인즈주의 차이점에 대한 고찰을 통한 경제적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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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주의, 신케인즈주의, 포스트케인즈주의 차이점에 대한 고찰을 통한 경제적 인사이트 2

혹시, “경제학은 수학 공식이 너무 많고 딱딱해서 다가가기 힘들다.”고 생각하시나요? 경제학의 거장들이 살아온 삶과 역사적인 배경을 함께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거시경제학의 큰 축인 케인즈주의에 대해 알아봅니다. 케인즈주의는 크게 케인즈주의, 신케인즈주의, 그리고 포스트케인즈주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케인즈주의의 3대 학파의 진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물가 상승이나 금리 정책이 왜 이렇게 결정되는지 비로소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우선 이 모든 거대한 혁명의 시작점인,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1946)의 이야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 케인즈 혁명과 거시경제학의 탄생

천재 수학도, 경제학에 눈을 뜨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비범한 천재성으로 유명했던 영국의 경제학자입니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 학부 시절 수학을 전공했는데, 졸업시험 성적이 본인의 천재성에 비해 시원치 않아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천재적인 직관에 의존해 글을 쓰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에, 실제 그의 이론적 저작들에는 수학 방정식이 거의 쓰이지 않았습니다. 수학보다는 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인생을 바꾼 책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스승인 알프레드 마셜이 쓴 ‘경제원론’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경제학에 깊은 흥미를 느낀 케인즈는 마셜의 지도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경제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세이의 법칙을 무너뜨린 대공황

케인즈가 활동하기 전, 당시 경제학계를 지배하던 ‘고전학파’는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Say’s Law)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즉, 시장에 물건을 내놓기만 하면 가격이 알아서 조정되어 다 팔리고,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완전고용 상태가 유지된다는 낙관적인 세계관이었습니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이 터지면서 이 가설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시장에 물건은 넘쳐나는데 정작 살 사람(수요)이 없어 기업들이 도산했고, 가격과 노동자들의 임금은 즉각 하락하여 시장 불균형을 해소해주지 못했습니다. 이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케인즈는 1936년, 현대 거시경제학의 출발점이 된 저서,『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발표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경제를 구해야 한다는 혁명적인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2. 학파별 이론적 배경, 특징 및 사례

2.1. 케인즈주의 (Keynesianism)

오리지널 케인즈주의는 대공황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이 학파의 심장은 바로 ‘유효수요(Effective Demand)의 원리’입니다.

  • 수요가 경제를 이끈다: 한 나라의 생산량과 고용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공급 능력이 아니라, 실제로 시장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총지출(소비+투자+정부지출)인 ‘총수요’입니다.
  • 임금과 가격의 하방 경직성: 시장의 가격이나 임금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성질(하방 경직성)이 있습니다. 불황이 닥쳤을 때 물가와 임금이 바로 내려가서 균형을 찾아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대규모 비자발적 실업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됩니다.
  • 적극적인 재정정책: 민간 부문에서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었을 때는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공공사업을 일으켜 수요를 강제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마중물 사례

케인즈주의자들의 해법은 “멈춰버린 펌프에 물 붓기(마중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경제가 완전히 얼어붙어 민간의 거래가 멈춘 상황은 우물 펌프의 물이 다 말라버린 상태와 같습니다. 아무리 펌프질을 해도 물이 나오지 않듯, 가계와 기업은 서로 돈을 쓰지 않아 경제가 마비됩니다. 이때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해 댐을 건설하거나 도로를 닦는 공공사업을 벌이는 것은 펌프에 ‘마중물 한 바가지’를 붓는 것과 같습니다. 정부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노동자들이 주머니에 찬 월급으로 빵을 사고 소비를 시작하면, 빵집 주인도 밀가루를 주문하면서 경제라는 펌프가 다시 스스로 힘차게 작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2.2. 신케인즈주의 (New Keynesianism)

케인즈주의는 전후 경제 호황을 이끌었으나, 1970년대 불황 속에서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으며 강력한 비판에 직면합니다. 로버트 루카스를 필두로 한 새고전학파 학자들은, “경제 주체들은 합리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데, 왜 정부가 이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보느냐?”라며 케인즈주의가 미시경제학적 논리적 근거(미시적 기초)가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1980년대 미국의 맨큐, 로머, 블라인더 등이 주축이 되어 등장한 것이 바로 신케인즈주의입니다. 이들은 상대방의 강력한 무기였던 ‘합리적 기대’를 과감하게 받아들였습니다.

  • 합리적 기대의 수용: 가계와 기업은 이기적이며 최신의 모든 정보를 활용하여 아주 똑똑하게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합니다.
  • 가격 경직성의 미시적 근거 증명: 사람들이 똑똑하게 행동함에도 불구하고 왜 물가나 임금이 끈적끈적하게(Sticky) 안 변하는지를 ‘메뉴 비용(Menu Cost)’과 ‘효율성 임금(Efficiency Wage)’ 등의 이론으로 과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 통화정책의 중요성: 가격이 단기적으로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등의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메뉴 비용 사례

신케인즈주의의 핵심 논리는 “식당 주인의 가격표 고민(메뉴 비용)”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불황이 찾아와 고기 도매가가 조금 하락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고깃집 사장님도 고기 가격을 즉시 내려야 시장이 완벽하게 작동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가격을 쉽게 내리지 못합니다. 가격을 고치기 위해서는 “새로운 메뉴판을 디자인하고 인쇄하는 비용, 키오스크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 비용, 직원들에게 바뀐 가격을 교육하는 비용(메뉴 비용)”이 당장 가격을 조금 내려서 얻는 이득보다 크거나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합리적인 사장님들의 개별적인 결정들이 모여 경제 전체의 물가가 경직되는 현상을 낳고, 이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교한 금리 조정 정책이 필요해지는 것입니다.


2.3. 포스트케인즈주의 (Post-Keynesianism)

신케인즈주의가 반대파의 공식을 받아들이며 현대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 잡은 반면, 포스트케인즈주의는 “신케인즈주의는 고전학파와 타협하여 케인즈의 진짜 혁명적인 사상을 버렸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등장한 비주류 대안 경제학입니다. 이들은 조안 로빈슨, 니컬러스 칼도, 미하우 칼레츠키 등의 사상을 이어받아 케인즈의 진짜 핵심 통찰인 ‘불확실성’과 ‘화폐’를 복원하고자 했습니다.

  • 근본적 불확실성(Fundamental Uncertainty): 미래는 확률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영역(위험)이 아니라, 아예 예측조차 불가능한 안개 속과 같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완벽한 합리적 기대를 형성할 수 없으며, 사회적 관습이나 제도에 의존하여 행동합니다.
  • 내생적 화폐이론(Endogenous Money): 화폐는 중앙은행이 외생적으로 찍어서 시중에 주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에서는 기업이나 개인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은행이 장부에 예금을 적어주면서 화폐가 경제 활동 과정에서 스스로 창출(내생적 창출)됩니다.
  •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불안정성: 하이먼 민스키의 이론처럼, 자본주의는 호황이 길어지면 투자자들이 과도한 빚(레버리지)을 얻어 투기를 벌이게 되고, 결국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시점(민스키 모멘트)에 이르러 금융 시장 전체가 스스로 무너지는 본질적인 취약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개 속 운전 사례

포스트케인즈주의가 경고하는 자본주의의 위험성은 “짙은 안개 속에서 미등만 보고 달리는 고속도로의 자동차들”과 같습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짙은 안개 속에서는 수학적인 확률 계산이 불가능합니다. 이때 운전자들이 취하는 최선은 ‘내 앞차는 길을 알겠지’ 하며 앞차의 붉은 미등만 보고 졸졸 따라가는 사회적 관습(군중 심리)뿐입니다. 그러다 도로 한가운데 낙하물 같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생겨 맨 앞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뒤따르던 차들이 연쇄적으로 추돌하는 대참사(연쇄적인 금융 붕괴와 위기)가 발생합니다. 포스트케인즈주의는 경제가 본질적으로 이렇게 불안정하므로, 안개를 최소화하기 위한 강력한 금융 규제와 적극적인 소득 분배, 일자리 보장제 같은 정부의 상시 안전망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합니다.


3. 3대 케인즈 경제학 이론 핵심 비교 분석

3대 케인즈 경제학 이론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비교 항목케인즈주의 (Keynesianism)신케인즈주의 (New Keynesianism)포스트케인즈주의 (Post-Keynesianism)
등장 시기 및 배경1930년대 대공황 극복1980년대 새고전학파의 합리적 기대 및 미시 기초 비판에 대응1970년대 이후 주류 경제학의 타협 비판 및 케인즈 본질 복원
인간관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등 비합리적 기대 및 심리 중시합리적 기대와 개인의 최적화 행동 가정근본적 불확실성 하에서 관습과 제도에 의존하는 제한적 인간
시장관시장 자율 조정 능력 상실 (시장 실패 존재)불완전 경쟁 시장이며, 가격 경직성으로 인한 단기 조정 실패자본주의와 금융 시스템의 타고난 구조적 불안정성 강조
가격/임금하방 경직적 (제도적 요인 등으로 가정)메뉴 비용, 효율성 임금 등으로 경직성의 미시적 근거를 과학적으로 증명기업의 마크업(Markup) 가격 결정과 노사 간의 힘의 관계에 의해 결정
화폐의 성격유동성 선호 중요단기에는 비중립적(효과 있음)이나 장기에는 중립적내생적 화폐 (대출이 예금을 창출), 화폐는 장단기 모두 비중립적
핵심 정책 처방적극적인 재정 정책 (정부 지출을 통한 총수요 자극)정교한 통화 정책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미세 조정을 통한 물가 안정)금융 규제 강화, 소득 분배 개선, 정부가 일자리를 보장하는 일자리 보장제
학문적 위치거시경제학의 탄생을 알린 구(Old) 주류현대 주류 경제학 (Mainstream)대안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비주류 경제학 (Heterodox)

4. 오피니언: 현대 경제학이 이러한 진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 세 학파의 치열한 논쟁은 단순히 학문적 충돌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현실 경제와 실질적인 경제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접하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나 인플레이션 타겟팅 정책은 지극히 신케인즈주의적인 주류 경제학의 해법에 닿아 있습니다. 이는 국민들의 합리적 기대를 관리하고 끈적끈적한 물가를 다스리는 아주 세련된 방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예측 불가능한 거대한 시스템 붕괴가 닥쳤을 때, 주류 경제학의 정교한 수학 모델들은 무용지물이 되곤 합니다. 이때 경제의 타고난 금융 불안정성과 짙은 안개 같은 불확실성을 가장 설득력 있게 경고하고 해법을 제시한 것은 비주류인 포스트케인즈주의였습니다.

경제학은 정해진 하나의 정답을 추종하는 교리가 아닙니다. 시대의 통증에 따라 진화해 온 치료법이죠. 시장을 기본적으로 신뢰하되 가격이 경직되는 미시적 현실을 인정하는 눈(신케인즈주의)과, 자본주의 금융 시장이 언제든 브레이크 없이 폭주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차가운 머리(포스트케인즈주의)를 모두 가질 때야말로, 우리는 비로소 복잡한 현실 경제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복잡다단한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데 과연 어떤 학파의 시각이 가장 와닿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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